사실, 오늘 글은 조금 용기 내서 쓰는 글이에요.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지만,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나도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어보려 해요.
며칠 전, 저는 생애 처음으로 정신과를 다녀왔어요.
한참을 망설였고, 몇 번을 예약했다 취소하고… 결국에는 큰 숨을 쉬고 다녀왔습니다.
정신과는 그동안 ‘마음이 약한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내가 거기까지 가야 하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근데 마음이라는 게요.
어느 순간부터 묵직해지고, 가라앉고, 그러다 보니 일상까지 버거워지더라고요.
하루 종일 가만히 있어도 지치고, 아무 일도 안 했는데 눈물이 나고…
그래서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진료 예약을 넣었어요.
병원에 도착해서 가장 놀랐던 건 ‘대기 인원’이었어요.
정말… 진심으로 놀랐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출입문 앞에서 주저하고 있던 제게, 병원 안의 풍경은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혼자가 아니야.”
그 말에 울컥했어요.
저처럼 20~30대로 보이는 사람들부터,
중년의 부부, 어르신, 교복 입은 청소년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각자 마음의 짐을 안고 이 자리에 온 거겠죠.
조금 놀라웠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_‘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_라는 마음.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창밖을 멍하니 보면서,
‘왜 나는 더 빨리 오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무너지고 있다고 느꼈던 그때,
조금만 더 일찍 도움을 청했다면 지금보다는 덜 아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물론, 이제라도 왔다는 게 중요한 거겠죠.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사실 심장이 막 두근두근거렸어요.
뭔가 이상한 말을 할까 봐,
내 감정이 설명이 안 될까 봐,
선생님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요.
선생님은 제가 말할 수 있도록 차분히 기다려 주셨어요.
딱히 구조 있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도,
‘그럴 수 있어요.’, ‘충분히 이해돼요.’라고 말해주시는데
그 몇 마디에 마음이 조금 풀렸어요.
치료는 아직 시작 단계고, 저도 이제 막 한 발을 내디딘 상황이지만
오늘 이 경험 하나만으로도 큰 전환점이 되었어요.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모두, 생각보다 더 자주 마음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
예전엔 단순히 ‘정신과’라는 단어에 거리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음의 내과’ 같은 느낌이에요.
머리가 아프면 병원 가듯,
마음이 아플 땐 당연히 병원에 가는 거잖아요.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그 한 걸음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신과에 간다는 건
무너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보기로 결심한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걸
꼭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혹시, 요즘 마음이 무겁다면
나를 꾸짖지 말고
한번 다정하게 물어보세요.
“괜찮아? 병원 한번 가볼까?”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줄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도, 저도, 우리 모두 더 다정하게 살아가요.
그리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서로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한 걸음 내딛어 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더라고요.
혹시 정신과 진료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이나 메시지로 살짝 물어봐 주세요.
제가 경험한 만큼은 진심 담아 나눠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