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출 청소년들의 마음이, 어쩌면 이해될지도 모르겠어.”
예전에는 그저 ’왜 저렇게 무책임하게 집을 나올까?’라고만 생각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삶의 구석구석을 경험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참 다양한 얼굴들을 마주하잖아요.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상처도 깊고, 가까운 사이이기에 오히려 쉽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죠.
저도 그런 사람과 함께 살고 있어요. 평소엔 그럭저럭 지낼 수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폭풍처럼 몰아치는 분노의 감정을 고스란히 가족에게 쏟아내는 사람.
말 한 마디, 표정 하나가 마음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방 안 공기가 얼어붙는 듯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있죠.
가끔은 정말 숨이 막혀요.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옆에 있다는 이유로 감정의 소나기를 그대로 맞게 될 때. 그런 날이면 집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편안하지 않아요. 오히려 밖에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고, 집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지죠.
가장 쉬어야 할 공간이,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어버리는 그 감정.
그게 반복되다 보니 문득, 집을 떠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아이들도 분명 처음부터 집을 떠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 거예요.
사랑받고 싶고, 보호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었겠죠. 하지만 그 마음이 자꾸만 짓눌리고, 꾹꾹 눌러 담아둔 감정들이 터져버리는 날, 결국 집이라는 공간이 더는 나를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을지도 몰라요.
최근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더 돌아보게 되었어요.
왜 그 사람은 그렇게 화를 낼까? 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그런 모습을 보일까? 그리고 나는 왜 그런 상황에서 무력감만 느끼는 걸까?
답을 정확히 찾을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그 사람도 어떤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고, 그 아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미숙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감정을 받아내는 사람이 항상 상처받아야 한다는 건 또 아니겠죠.
그래서 조금씩 연습해보려 해요.
그 사람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법,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법, 그리고 때로는 거리 두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걸 배우고 있어요.
그렇게 내 마음을 단단하게 다져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도 조금씩 더 이해해보려 해요.
가출 청소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어른,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이해’가 절실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요.
이해한다는 건 꼭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배경과 아픔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어요.
비록 그 사람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만, 내 시선이 바뀌는 순간 세상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숨이 막히는 순간은 있어요.
하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누군가의 아픔을 더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누군가의 선택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되었어요.
어쩌면 그게 삶이 우리에게 주는 성장의 기회인지도 모르겠어요.
오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무겁게 느껴지는 누군가에게,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그 숨막히던 공간에서도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숨쉬기